[취재수첩] 중복·유사 인증에 몸살 앓는 中企

입력 2022-03-27 17:00   수정 2022-03-28 08:57

“인증 비용으로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중소기업 경영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수도권의 한 생활가전업체 A사장은 “인증 부담 탓에 올해는 국내 제품 출시를 포기하고 수출만 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제품 사양을 조금만 바꿔도 새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데다 비슷한 인증이 많이 생겨 인증료 부담만 연간 수천만원이 들어갈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유관 기관의 인증 심사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진 영향으로 시장 출시가 늦어지면서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질적인 인증 제도 문제를 뜯어고쳐달라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24개 부처는 KS(표준)인증, 전기·생활용품 안전인증, 환경표지인증 등 212개 법정인증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곳을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가장 개선이 필요한 현 정부 중소기업 정책으로 ‘인증비용 등 준조세부담 증가’(37.7%)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45.3%) 못지않게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 것이다.

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중복·유사인증이다. LED조명업계는 한 개 품목당 12개이상 인증을 받아야 납품이 가능해 평균적으로 연매출의 1%이상을 인증료로 납부하는 실정이다. 이중 중복·유사인증은 2~3개다. 김복덕 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체별로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연구·개발(R&D)비가 아닌 인증비용으로 쓰기 때문에 업계가 낙후될 수 밖에 없다"며 "3개 인증만 받아도 되는 미국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일러 업계는 제품 판매를 위해 기존 대기 관리 인증뿐 아니라 거의 같은 내용의 친환경 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중소 승강기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강제 인증 승강기 부품 수가 6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20개나 된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여러 차례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제도 개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정부 유관 기관들은 인증 수수료 장사로 배를 불리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내 대표 4개 시험인증기관(KCL·KTC·KTL·KTR)의 연간 수수료 수입은 지난 5년간 1560억원(42%)이나 증가했다. 지난해(5230억원)엔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5년간(2017~2021년) 수수료수입은 2조2686억원에 달한다.

중소기업계에선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늘린 현 인증 제도에 윤석열 정부가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증이 많아질수록 관련 컨설팅 수요로 ‘전관’이 이득을 보는 ‘먹이사슬’의 악습이 횡행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누적된 인증 부담으로 경영을 위협받는 기업인들의 절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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